[박선옥칼럼] 조화로운 불협화음, 그 아름다운 균형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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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7-07 00:02:40

최근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다큐멘터리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를 보면서 문득 마음에 다가온 것은 ‘대위법’이라는 음악 기법의 깊은 의미였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평생에 걸쳐 추구한 이 기법은 그의 음악적 완성도를 논할 때 거론되기도 하지만, 그 뿌리에 우주의 질서와 인간 사회의 조화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대위법이란 두 개 이상의 독립적인 선율이 동시에 진행되면서도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작곡 기법이다. 각 선율은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아름다운 질서를 만들어 낸다. 모리코네의 대표작 ‘미션’에서 오보에의 서정적 선율과 원주민의 거친 타악기, 그리고 성가의 장엄한 화음이 어우러질 때 그 장면에서 우리가 깊은 감동을 느끼는 것은 그것이 단순한 메시지나 감정의 전달을 넘어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직조된 아름다움의 극치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한스 짐머를 비롯한 동시대 음악가들이 모리꼬네의 음악을 두고 “우리 인생의 사운드트랙”이라고 칭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의 음악은 영화 속 장면을 넘어 우리 삶의 감정과 추억에 깊이 각인되어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배경이 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모리꼬네의 대위법적 음악에 깔려 있는 조화와 균형을 향한 추구는 우리의 불안정한 삶에 위안을 준다. 그런데 우리가 느끼는 고양된 아름다움은 우주 질서의 균형 개념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아이작 뉴턴이 발견한 물리 법칙처럼,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자연 현상도 결국 하나의 법칙 안에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우주는 수많은 천체들이 각각의 궤도를 따라 움직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완벽한 균형을 유지한다. 이는 대위법에서 각 선율이 독립적으로 진행되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과 같은 원리다. 서로 다른 힘들이 충돌하고 경쟁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안정과 질서를 창조해 내는 것이다.

모리코네의 음악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동은 바로 이런 우주적 질서의 아름다움을 음악적으로 체험하는 데서 비롯된다. 서로 다른 선율들이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조화를 이루며 진행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긴장과 해소를 반복하며 깊은 정서적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날 한국 정치판을 들여다보면 분명한 건 ‘조화’나 ‘균형’ 같은 아름다움의 가치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재명정부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당의 독주는 대위법적 조화는커녕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단선율의 연속으로 보인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마치 대위법적 음악처럼 다양한 목소리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공존을 지향하는 가운데 진정한 아름다움과 발전을 꽃피우게 된다. 여당과 야당, 정부와 국민,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목소리가 서로 견제하고 보완하며 조화를 이룰 때 사회는 발전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한쪽 목소리만이 지배하는 독주 체제다. 대위법에서 하나의 선율만이 울려 퍼진다면 음악적 깊이와 복합성을 잃게 된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목소리들이 묵살되고 무시될 때 민주주의의 본질적 가치인 다양성과 균형은 훼손되기 마련이다.

건전한 정치적 경쟁과 견제는 민주주의의 생명력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일방적 독주 체제에서 야당의 역할이 축소되고 견제 기능이 약화된다면 이는 정치적 대위법의 파괴이며, 그 결과 권력의 남용과 오만이 싹틀 수밖에 없다.

언론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대위법에서 각 성부(聲部)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전체와 어우러지듯, 민주사회에서는 정부와 시민사회, 언론이 각각의 역할을 하면서도 상호 견제를 통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런 균형이 무너질 때 사회는 불안정해지고 갈등이 심화된다. 특히 언론이 다양한 시각과 목소리를 잃는다면 그 존재 의미는 이미 상실된 것이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이 “우리 인생의 사운드트랙”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음악이 조화와 균형이라는 보편적 아름다움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정치의 문법도 마찬가지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균형을 추구할 때 비로소 국민의 삶에 진정한 화음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을 쥔 여당이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게 아니라면 당연히 야당과 대위법적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 일방적 독주가 횡행하는 정치판은 결국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한다. 추하기 때문이다.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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