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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잘 써야 한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자리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 자리로는 정계와 행정부 주요 보직 등을 꼽을 수 있다. 마땅히 전문성과 도덕성, 비전을 갖춘 인물을 골라 쓰고 선출해야 한다. 공익을 우선시한 삶을 살아온 이를 중용해야 한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이재명정부의 초대 내각을 꾸릴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싸고 도덕성,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충남대 총장을 지낸 학자 출신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과 제자의 논문을 요약해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 윤리 위반 의혹은 심각한 수준이다. 충남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실험 설계와 결론 등이 유사한 논문 두 편을 각기 다른 학회지에 실은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 수장으로서의 자질 미흡을 지적하고 우리나라 학문 풍토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되는 후보자도 한둘이 아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소유한 아파트에 대기업 A사가 2022년 초 전세권 설정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조현 후보자는 주(駐)유엔 대사였다. 그런데 조 후보자는 A사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누락했다. A사는 조 후보자가 유엔 대사였던 2021년 조 후보자 아들을 사내 변호사로 채용했다. 아들의 아파트 ‘갭투자’(전세 낀 매매)를 지원해 차익 15억 원을 얻도록 도왔고, 부인은 2003년 뉴타운 지정 5개월 전 서울 용산구 도로 부지를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매입해 10억 원을 남겼다고 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배우자와 자녀가 태양광 관련 회사의 임원으로 있는데도 지난 3월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공동 발의해 이해 충돌 논란을 빚고 있다. 더구나 정 후보 가족이 앞서 2022∼23년 전국 필지 20곳을 2~29명과 공동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웠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2023~24년 대학과 기업, 부인이 운영하는 식당 등 약 10곳에서 일하면서 급여로 총 1억6000여만 원을 받아 허위 근무·스폰서 의혹이 불거졌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남편은 정 후보자가 질병관리청장을 맡아 코로나19 방역을 총괄하던 시기에 코로나19 관련 주식에 투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도 투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민주권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4일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14~17일께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순으로 진행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4일 김민석 총리 인준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향후 청문 정국에서도 여야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려가 작지 않다. 인사청문회가 본질적인 측면보다 여야의 정파적 대결의 장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인신 모독과 호통치기, 재탕 삼탕 질문, 감싸기식 질문 등은 피하고 후보자가 어떤 비전을 갖고 정책을 집행해 나갈지를 듣고 판단하는 자리여야 한다. 인사청문회가 합리적으로 진행돼 진정 국사(國事)를 이끌고 갈 인물을 제대로 가리는 기회가 돼야 마땅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당부한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장관 등이 각종 결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임명된 과거 전철을 밟지 않길 기대한다. 대통령 측근들의 ‘인사 추천·검증 독점’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 또한 적잖다. 김대중정부의 ‘중앙인사위원회’ 같은, 임명권자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독립적인 기구가 검증을 주도할 수 있도록 시스템 확립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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