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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왜 인공지능(AI) 대전에서 뒤처졌는가. 그리고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가.
2025년 6월9일, 후대의 테크 역사가들은 이날을 ‘애플의 전환점’으로 기록할지도 모른다. 이날 애플은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5를 통해 자사의 최신 기술과 비전을 공개했지만 그 내용은 많은 사람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었다. 특히 AI 분야의 발표는 실망스러웠고, 업계는 애플이 AI 경쟁에서 사실상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애플은 뒤처진 AI 역량을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신중한 후발주자’로서의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오픈AI·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 같은 경쟁사들은 막대한 투자와 기술 진보를 통해 AI 생태계를 선점했다. 애플의 전략은 ‘신중함’이 아닌 ‘무기력함’으로 읽히고 있고, 이는 주가 하락과 이용자 불만 그리고 생태계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WWDC 2023에서 애플은 ‘애플 비전 프로’를 공개하며 하드웨어 혁신을 과시했고, 2024년에는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자체 AI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당시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알트먼이 키노트에 직접 등장하며 주목을 끌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애플 인텔리전스는 업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AI 워싱(AI washing)’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WWDC는 오히려 디자인 혁신, 즉 ‘리퀴드 글래스(Liquid Glass)’ UI(User Interface·사용자와 소프트웨어를 잇는 시각적 요소)와 시스템 간 연동 기능에 초점이 맞춰졌다. 팀 쿡 애플 CEO는 키노트 말미에 “우리는 애플 인텔리전스의 힘을 활용할 수 있는 더 많은 방법과 아름다운 디자인을 통해 각 플랫폼을 계속 진화시키고 있다”고 했지만, 업계는 이 발표에서 ‘AI 비전’보다는 기존 고객을 붙잡아 두려는 전략을 읽었다. 이미 확보된 충성 고객을 기반으로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방향 전환이 감지된다.
현재 애플의 AI 기술은 다소 혼란스러운 상태다. 시리는 복잡한 질문에 대해 여전히 챗GPT에 의존하고 있으며, iOS 18.4 베타 코드에서는 구글의 제미나이(Gemini)가 조만간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사파리·포토 등 주요 앱들도 조용히 ‘AI 기반’ 기능으로 리브랜딩되고 있지만, 그 성능은 경쟁사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자체 음성 비서도 테스트 문제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애플의 AI 투자 역시 경쟁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메타 등은 올해 AI에 30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할 계획인데, 애플은 95억 달러로 전체 수익의 단 2.4%에 불과하다. 이처럼 적은 투자로는 기술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 실제 애플 내부에서도 30억, 70억, 330억, 1500억 매개변수 크기의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지만, 클라우드 기반의 강력한 모델을 운용하는 오픈AI나 구글과 비교하면 한참 뒤처져 있다.
애플이 이렇게 AI에 대한 주도권을 상실하는 사이, 실리콘밸리는 오픈AI와 조니 아이브가 협업해 개발 중인 새로운 AI 기반 하드웨어에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대체하거나, 최소한 그 중심성을 흔들 수 있는 기기가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애플의 에디 큐 부사장은 법정 증언에서 “10년 후에는 아이폰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만약 애플이 AI 분야에서 계속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면, 지금껏 구축해 온 충성 고객층도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AI 때문에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등의 기기를 구매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고가의 기기를 구매했지만 정작 사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AI 기능이 거의 없다면 소비자들은 더 이상 애플 생태계에 머물 이유가 없게 된다.
결국 애플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처럼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내부 강화’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경쟁자들처럼 과감하게 AI에 자본과 인재를 집중시켜 차세대 혁신을 이끌 것인가. 더 이상 “우리는 신중하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점이 됐다. AI 혁신의 파도가 몰아치는 지금, 진수하지 못한 배는 결국 침몰할 수밖에 없다. 애플이 다시 전설을 쓸지, 아니면 과거의 영광으로 남을지는 바로 지금 이 순간 결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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